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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군일상

윤군 말놀이_ 까까 냠냠해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동안 제일 많이 한 말 "아자고(가자고)".

ㄱ 발음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왜, 가자 가자- 를 아자 아자 라고 할까...

 

아침잠에서 막 깨어난 하윤은 아직 기상을 못해 침대에 붙어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엄마 베개 머리맡을 더듬어 내 안경을 찾아내 손에 쥐어주고는

 "아자 아자, 아자고, 아자고, 아자구" 한다. (가자, 가자, 나가자고, 나가자구-)

전에는 아자 아자(가자 가자)만 했는데 분명...ㅋ

나날이 자기 주장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겠지.

 

또한 부쩍 단어와 단어를 붙여 말하고 물으면 바로바로 응, 응 (+ 끄덕끄덕)하며 대답한다.

엄마 있다 , 아빠 있다, 합지 없네? 응가다, 응가 있다 -

무 줘- (물 줘)

 

며칠 전 친정 식구들과 강화도 바닷가에 가서 갈매기를 본 하윤.

일라(이리로 와) 일라- 하며

뻥튀기와 새우깡을 던져주니 갈매기 떼가 우르르 몰려와 과자 부스러기를 먹는걸 보고

꺄르르 좋아하고 꺄악 소리 지르며 한참을 골똘히 관찰했다.

집에 돌아와서 잠자기 직전에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읊어주며 "하윤이 갈매기 봤지?" 물었더니

"응! 까까 냠냠냠해" 

오호라, 목적격 조사만 없을 뿐이지 갈매기가 과자를 먹었다 이뜻이다.

장면을 정확히 기억나는지 말하는 내내 생생함이 공존한다.

 

아이가 말을 한다는 건 정말 기적같은 순간의 연속이다.

예쁜 말과 행동을 할 때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나를 통해 배운 교육의 결과물이야' 라고 뿌듯해하면서도

나쁜 말과 행동을 할 때면 '내 탓인가'하고 당황되면서도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얼마 전엔 재미있게 혼자 놀던 중 "아이씨~"하는 바람에

너무 당황하고 깜짝 놀라 순간 버럭!하고 혼을 내고 말았는데

무의식적으로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일 수도 있고, 텔레비전 또는 어디선가 들었으니

스펀지처럼 흡수했겠지 싶어 반성하며 조심하고 있다.

 

아니야, 아냐 아냐, 안돼, 안돼요- 하는 거 보고는

아 내가 그간 너무 하지 말라고 부정적인 말을 많이 썼나 하고는

어느 날은 하루에 얼마나 이 단어를 쓰는지 의식하고 생각해보자 했더니

꽤 많은 순간 순간 이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튀어 올라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로는 아냐, 안돼- 라고 단정해 말하기 보다는 (위험한 상황일땐 무조건 단호하게 하는 원칙을 제외하고는)

이러이러해서 못하는거야~ 라고 설명을 해주니 알아듣고는 말하는 빈도수가 줄어듬을 느낀다.

 

암튼, 말은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니

윤군 말놀이에 더욱 더 헌신하고 온전할 수 있기를.

나도, 당신도.

 

 

2013.04.29 2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