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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군일상

시골집 앞마당에서의 물놀이

할머니 떠나시기 전....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나오니 심심해하던 하윤의 관심사는 오직 마당 수돗가에 꽂혀있고.
그래, 소원을 들어주마-
내가 빨간색 대야를 꺼내고 오빠가 호스를 끌어다가 전용수영장을 만들어줬다. 울 아빠는 그 대야도 작다며 더 큰 고무대야를 꺼내셔서 하윤을 위한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주셨다. (하윤을 향한 할아버지의 무한애정이 여기서도 빛나신다)
첨벙첨벙 신이 난 하윤. 땡볕에 한 것도 모자라 뜨거운 해가 지고 나서 물놀이 두탕을 뛰고, 우리가 할머니를 뵙고 집으로 돌아온 날 오후즘 되서야 고열이 시작됐다는.... (다행히 그 열은 밤사이 잦아들어 다시 시골에 잘 내려올 수 있었다)

할머니는 방에서 기나긴 잠을 주무시고 계시고... 거실에선 온 가족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앞마당에서 하윤은 꺄르르 웃어가며 물놀이에 여념없고.... 순간 세 개의 그림이 내게는 마치 영화속 롱테이크처럼 슬로우화면으로 느껴졌다.

이래도 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이 모든 상황이 아련하고 짠하게만 느껴진 순간...

근데 누가 그러셨다. 할머니가 누워서 이 모든 상황을 듣고 계셨을거라고... 막내아들의 큰딸의 아이, 할머니에겐 증손주가 되는 하윤까지 보고 가신거면 행복하셨을거라고...

돌이켜보니 할머니 생전에 하윤을 보신건 첫 돌을 앞둔 여름이었다. 하윤이 비누방울 놀이에 푹 빠져 까르르 웃고있었을 때 할머니도 계셨다. 그리곤 하윤에게 새우깡 과자 몇개를 쥐어주셨는데, 당시 하윤은 위 아래 각각 네 개 정도 되는 작은 이빨로 난생 첨으로 새우깡을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었더랬다.

할머닌 그 증손주가 두돌을 맞고 당신 살던 시골집에 와서, 앞마당에서 대야 물놀이를 하며 까르르- 하는 소리를 정말 들으셨을까.


20130710 @시골집 앞마당


p.s
하윤이 언제 여기에서 또
이렇게 물놀이를 해보겠냐는
오빠의 말대로
이 순간, 이 사진은 하윤에게 역사적인 사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