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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군일상

하윤 말놀이 _ 손이 쪼글쪼글

두 돌을 한달 앞두고 있는 요즘 하윤군의 언어와 기억력이 부쩍 늘었다.

새로운 단어를 접했을 때 따라하는 속도가 전보다 많이 달라짐을 느낀다.

(아이에겐 전혀 새로운 단어가 아닐수도 있겠구나 또 한번 생각해본다.

전에 몇번, 혹은 수번 들었던 단어가 전에는 그저 흡수했다가

최근 들어서 입 밖으로 짠 하고 튀어나온 말일 수도...

또는 어감이 독특하거나 인상적이어서 쉽게 기억하는 것일수도 있고...

어느 쪽이던 간에 하윤의 단어장이 늘고 있다는 건 분명하고 너무 기쁜 일이다.)

 

하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자기 직전에 혼잣말로 중얼중얼거리는 습관이 있다.

어느 책에선가 보았는데 이건 그날 그날 겪은 일을 혼자서 되뇌어 보는 시간이라고 한다.

일종의 스스로 학습하고 기억하는 의식인 것이다.

그래서 나도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준 뒤 하루 있었던 일을 쭈욱 되짚어보며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 하고 ~~~ 그랬지? " 물으면

"응! 으응~" 하고 단답형으로 답하기도 하고

때론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누가 들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은 아니지만

엄마인 내가 함께 있었던 상황이니 그때 아이의 감정이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episode 하나.

지난주였나. 아침에 하윤군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나도 잠이 깼다.

아이는 "쪼글쪼글쪼글쪼글" 이라 말하며 이를 무한 반복 중이었다.

손이 쪼글쪼글해 - 

전날 저녁에 목욕하고 나서 아이의 손을 보며 알려준 말이었다.

키득키득 웃음이 삐져나왔지만 푸하하 웃어버리면 아이가 무안해할까봐 참았다.

(보통 때는 아이앞에서 감정표현을 되도록 많이 하려고 하지만

아이의 첫 행동이나 반응에 대한 리액션은 좀 신중하려고 한다.

나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놀랍고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을 때 그 다음번에 아이가 그 행동을 하지 않거나

혹은 조심조심하는게 느껴져서 엄마 아빠 그리고 어른들의 리액션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episode 둘.

동생이 집에 놀러와서  "언니!" 하고 나를 부르는 것을 본 하윤군,

내게로 살며시 다가와 눈을 맞추고 하는 말 "안니 안니"

이거 아무리 설명해도 자꾸 "안니 안니"란다. 아무래도 뜻을 알면서도 장난치는 것 같다.

 

episode 셋.

간만에 셔츠 다림질 하는  나를 거리를 두고서 보고는 "아따 아따" (아 뜨거워)

이어서 "하부지 아따 아따"  (나에게 더이상 가까이 오진 않음)

무슨 말인고 하니, 며칠 전 외할아버지가 다림질 할 때 뜨겁다고 오면 안된다고

했던 상황을 기억했던 것.

 

5월 셋째주 버전으로 업데이트 된 하윤군의 최신 단어장.

손이 쪼글쪼글

치치코코 (칙칙폭폭), 차 부부(차가 부릉부릉)

안니안니 (언니), 무이다(물이다 ; 어울림누리 분수대를 보며 하는 말)

쩔래쩔래(저쪽으로, 저쪽에서)

지야 일라(친구야, 이리와)

아따(아 뜨거워) 아차(아 차가워)

채일줘(책 읽어줘),  치구 일줘(새 친구가 생겼어요 읽어줘)

아키아키(워킹 워킹 ; 유리드믹스 율동으로 배운 말)

또꾸또꾸(동글동글), 에에~(소방차 가는 소리)

하부지 함 이무(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를르를르찌(빙그르르 했지)

이거 줘(이것 줘), 꾸 누러줘(꾹 눌러줘; 변기 플러싱 버튼 누르라고 하는 이야기)

엄마도 아자(엄마도 앉아)

쉬- 쉬- , 이차 이차(영차 영차)

 

p.s) 쪼글쪼글- 동영상은, 엄마가 확인하고 싶어 너~무 보채는 느낌이다. ㅋㅋㅋㅋ

일단, 더 정확한 발음의 영상이 나올때까진 이 버전으로..

 

20130522 3:15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