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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 홈

결혼 4주년을 기념하며... 버베나의 꽃말을 담다

이제 결혼 4년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

근데 난 아직 이 '부부'라는 말이 어색하다.

우리 사이 무슨 표현이 좀 더 적합하려나 문득 생각해본다.

'남편'과 '아내'가 주는 어감은 좀... 너무 정자세를 취하려는거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있고

'동고동락한 친구'같은 사이라고 하기엔 좀 너무 쉬워보이는거 같고 로맨틱이 없자나.

'여보야'라고 호칭을 바꿔보자 했으나 것두 조금 오글거려서

 여전히 난 '오빠' 그는 '마눌'(또는 마늉)로 불러왔으니

음... 로맨틱하면서 좀 친근한 말이 없을까 싶은데

지금 딱 생각나는 말은 그래. "소울메이트!" 그래, 이거 좋네. ㅋ

 

아. 서두가 너무 길었다. 그간의 결혼기념일엔 뭘했나?

출산 이후 급격히 감퇴한 기억력을 최대치로 가동하여 되짚어보기로 한다.

 

결혼 1주년엔 자축의 의미로 제주 여행을 다녀오고

2주년엔 하윤(당시 빈이)과 함께한 38주차여서 멀리는 못가고 바쁜 남편 시간 겨우 쪼개어 저녁을 함께 먹었고

3주년엔 하윤 돌잔치를 앞두고 어영부영 넘어간 듯 하다.

첫 기념일 외엔 특별할 것 없이 일상속에 자연스레 묻어간 느낌이다. 괜히 억울한 기분은 뭐지.

 

4주년 전날은 현충일이었다. 먹고 자고 쉬며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맞이한 6월 7일. 특별한 약속없이 나의 소울메이트는 휘릭 출근을 하고 난 하윤과 남겨졌다.

이 대목에서 뭔가 하지 않으면, 퇴근도 늦고 그냥 또 어영부영 지나갈 것 뻔한 스토리-.

다행히 하윤이 일찍 낮잠이 들었고, 난 푹 자고 일어난 하윤과 함께 무작정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이유는 두가지.

하나는 내가 강남 근처에 있어야 저녁시간 소울메이트 포섭(?) 가능한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애까지 데려온 마당에 설마 나를 그냥 홀로 되보낼까. (최악의 시츄인거지)

그리고 남은 하나는 지난달 무작정 들여온 초록이들을 좀 더 이쁘게 단장하기 위한 소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하상가로 고고-

 

신세계 가서 하윤과 이른 저녁을 먹고 쇼핑을 시작해볼까 했는데 분수대에 영혼을 빼앗긴 아드님이 영 도와주질 않고...

마침 대학 친구가 아이와 함께 근처에 있다는 전화를 받고 급 만남이 추진되어 아줌 수다 한판...

다행히 친구가 하윤을 잠시 봐주겠다고 하여 친구덕에 고터 지하상가 초스피드 쇼핑 스타트.

여름 옷들이며 샌들이며 보고 싶은건 수백개, 수만개였지만 꾹 참고 인테리어 소품샵을 향해 직진에 직진을 거듭하며

소품가게에서 어슬렁 거린 결과 화이트 미니 벤치 , 양철통 분무개 그리고 바구니 득템했다.

그리고 쇼핑을 마친 시간 딱 맞춰(?) 퇴근하고 친구에게 맡겨진 아드님 있는 반디앤 루니스로 달려와주신 나의 소울메이트님.

아, 이건 작전대로 성공!!?! 

저녁은 하윤 첫 돌을 지낸 수라온에서 세 식구 오븟하게 외식으로 감사하게 보내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윤은 강남 행차가 힘들었는지 바로 레드썬해주시고,

일찍 잠이 든 아들 덕분에 그간 미루고 미루고 미뤄왔던 <베를린> 을 보며 마무리-

 

각본대로(?)는 된 것 같은데, 뭔가 마무리가 로맨틱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주말 내내 맴돈다. 아 이눔의 컨셉정신...ㅜㅜ

일요일 늦은 오후, 여름 땡볕이 그나마 잦아들만한 즈음 유모차를 끌고 집 근처 꽃시장으로 향했다.

득템한 소품들 빛을 발휘해야 할 뭔가가 더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그간 물만 주고 아침에 한번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잘 자라준 초록이들에게 감사하며

동시에 근거없는 나의 자신감이 커지고, 여기에 탄력받아 과감히 꽃을 더 들이기로 했다.

고풍스런 자태와 깊고 그윽한 향기에 매료되어 모셔올 수 밖에 없었던 치자꽃화분 그리고

미니 수국같이 보이는 꽃(이름을 물어봤는데 까먹어 검색하기까지 한참이 걸렸던) 버베나.

 

지금 발견한 참으로 놀랄 일 하나.

버베나의 꽃말이 "가정의 평화" "화합" "단란한 일가" 라고 한다.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이 꽃 화분으로 결혼 4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게 되다니...

로맨틱 그 이상의 감동이다.

잘 보듬어주고 잘 키워야겠다.

내 소울메이트와 하윤이 공존하는 우리 가족, 그리고 너희 예쁜 아이들...

 

2013.06.12 1:10am  @my sweet home

 

 

미니벤치 위 : 골든세덤

미니벤치 아래 : 버베나  / 싱고니움

아래 순서대로 : 워터 코인 / 애플민트 / 무늬꽃치자 / 안개꽃 / 치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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